10여년간 근교에서 농장을 두고 귀촌 연습
"깜깜한 밤하늘에 금광석처럼 흩뿌려진 별을 본 적 있나요? 정말 황홀하더군요. 한동안은 빨래만 계속 한 적도 있습니다. 쨍쨍 내리쬐는 햇볕이 너무 아까워서요. 얼마 전에 빨았던 커튼도 자꾸 뜯어 내서 빨아대고, 서울 사는 언니들에게도 이불이며 빨랫감 들고 내려오라고 채근할 정도로 빨래가 즐거웠습니다.”
박정선(71세)·차점숙(59세) 씨의 집엔 김치 냉장고가 아니라 나물 냉장고가 하나 있다. 봄에 지천으로 나는 달래, 냉이, 씀바귀, 쑥, 취나물, 머위, 돌나물 등을 뜯어다가 데쳐서 얼려 놓고 1년 내내 먹기 위해서다.
그 중에서도 부부가 최고로 치는 것은 수목원에서 키우는 참중나무, 옻나무, 엄나무의 어린 순나물. 나무 새순 나물은 몸에 좋고, 맛도 유난히 좋아 시중에서 가장 고가(?)로 팔리는 나물이다. 동네주민들도 고작 시골생활 6년차에 접어든 부부로부터 한 수 배워 그들의 수목원에서 얻어간 묘목에서 나무 순나물을 꺾어 먹고 있다.
“어떤 분이 묻더군요. 귀촌한 걸 후회한 적 없냐고, 솔직하게 한번 얘기해 보라고요. 그때 제가 이렇게 말했습니다. 내 두 아들도 40대부터 서서히 준비해 50대 후반부터는 엄마, 아빠처럼 농촌에서 나무를 키우며 살았으면 좋겠다고 해요. 그 말로 답을 대신했습니다. 가끔 흙을 좋아하는 남편과 삶을 함께 한다는 것이 축복처럼 느껴집니다.”
화분에다 화초를 기르던 정성으로
서울에서 교육자의 길을 걷던 부부가 퇴직 후 충남 당진군 고대면 대촌리에 정착한 것은 지난 2001년. 그들은 당시만 해도 평당 몇만 원에 불과했던 땅 4천5백여평을 마련해 나무를 가득 심었다. 서울집에도 사람 지나가는 공간만 빼놓고는 마당 한 가득 나무를 심었고, 취미로 난초 화분 6백여 개를 키웠을 만큼 유별난 식물광이었던 박정선 씨의 꿈이 이루어진 것이다. 그의 입가에 항상 잔잔한 미소가 걸려 있는 것도 바로 그런 이유다.
‘우리수목원’이라고 이름 붙인 부부의 나무 밭엔 소나무, 주목, 왕벚나무, 살구나무가 가장 많고 그 밖에도 우리나라 고유종인 구상나무, 노각나무, 미선나무를 비롯해 코니카 가문비나무, 홍황철쭉, 모과나무, 마가목, 참중나무, 헛개나무 등 30여 종의 나무 2만여 그루가 자라나고 있다. 나무를 키운 지 2년째 되던 해부터 출하하기 시작했는데, 작년엔 2.5톤 트럭으로 3~4대 분이 나무시장으로 실려 나갔다.
지난 6년여의 세월을 거치면서 수목원이 나무로 거의 찼으니 내년부터는 출하량이 더욱 많아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부부와 함께 수목원을 돌아보는 길, 밀짚모자에 장화를 신은 구릿빛 피부의 박정선 씨 모습에서 평화로운 기운이 풍겨난다. 나무 하나하나를 보여줄 때마다 대견한 자식 바라보듯 눈빛이 말랑말랑해진다.
철저한 준비 끝에 두려움 없는 귀촌 감행
부부가 그 많고 많은 농촌 중에서 이곳 당진 땅을 선택한 이유는 무엇일까?
“서울 생활을 완전히 접을 생각이라면, 즉 서울을 1년에 서너 번만 방문해도 된다면 멀리 떨어진 곳에 터를 잡아도 상관없지만, 한 달에 두세 차례 방문해야 한다면 차로 두 시간 이상 걸리는 곳은 곤란합니다. 우리는 미혼인 아들이 서울집에 살고 있기 때문에 서울에 갈 일이 꽤 있어요. 그래서 일단 전라도와 경상도는 제외시켰습니다. 또 나무를 키울 계획이니까 추운 북쪽도 적당치 않아서 강원도 쪽도 가위표를 그었고, 경기도는 이미 땅값이 너무 올라 곤란했고요. 그러다 보니 충청도가 나오더군요. 또 한 가지 염두에 둔 것은 개발 가능성이었습니다. 단지,땅값이 오르기를 바라서가 아니라 의료, 문화 혜택을 누리기 위해서는 개발 가능성이 있는 곳을 선정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봤습니다. 그래서 우리나라 경제개발 5개년 계획도 참고하고, 부동산 관련 기사 등도 열심히 스크랩하며 관심을 뒀죠. 종합한 결과 충청도 서산과 당진 쪽이 적당할 것이라는 결론이 나왔습니다. 땅을 보러 다닌 기간만 7개월쯤 걸렸어요.”
그들은 준비된 귀촌부부라고 할 수 있다. 80년대 초반, 경기도 성남 지역에 구입했던 8백여평의 땅에 온갖 채소를 키우며 맛보기 농사체험을 해본 것이 귀농의 밑천이 됐고, 젊었을 때부터 퇴직을 하면 귀촌을 하리라 계획하며 꾸준히 재무설계를 해왔다. 준비한 자는 두려움이 없는 법. 그들 역시 귀촌을 그다지 어렵게 생각하지 않았다. 부부는 아담한 2층집을 짓고, 넓은 마당엔 잔디를 깔고, 한 켠에 텃밭을 만들었다. 심야전기보일러를 설치해 싼 가격에 난방은 물론 편안하게 온수를 쓸 수 있도록 했으며, 뒷마당 수돗가 옆에 화덕을 만들어 커다란 가마솥을 걸어 두었는데 쓰임새가 꽤 많다.
집을 방문한 친지들은 “왜 산속에 집을 지었냐”고 하는데, 사실 부부가 사는 마을의 대부분 의 집은 담이 맞닿아 있는 집이 거의 없다. 집과 밭이 하나의 단위로 묶여 듬성듬성 포진하고 있는 충청도의 지역적 특성 때문인데 부부의 수목원도 집과 닿아 있다.
출처 :농촌정보문화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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